카테고리 없음

Coming Back to Life

raraaviskjh 2009. 9. 4. 23:09

 

지금도 그런게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어릴 적에는 겉멋만 들었던 적이 있다. 음악도 그런 식으로 들었다.

어떤 것이 듣기에 좋아 들었던 것보다 이름 있고 차트에서 1위를 했으니 당연히 좋겠거니 하고 듣곤 했었다.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음악 듣기의 편식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듣고 좋아한게 아니라서 음반을 사고 후회를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한 기쁨을 주는 음반들이 많았지만.

 

핑크 플로이드의 1994년도 앨범인 'The Division Bell' 역시 당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그 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한 앨범이라고 하길래 좋은건가 보구나 싶어 구입했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 어떻게 핑크 플로이드의 명성을 알았겠냐. 그냥 나오자 마자 1위 했다니까 좋은가 싶었지.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 앨범도 몇개 있긴 하지만 'The Division Bell'은 좀 블루스적인 면이 강한거 같아 다른 앨범에 비해서는 접근하기 쉬운거 같긴 하지만 역시 그렇게 허투루 들을 만한 것들이 아니라 처음에는 이게 뭐야 싶다가도 계속 듣다보니 귀에 익숙해 졌었다.

 

확실히 예전에 그렇게 좋아했던 음악들을 다시 들으면 요즘 음악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좀 설레게 한다. 물론 그때 그 기분일 수는 없다. 그땐 어땠지 하고 생각해 봐도 그냥 그랬었다는 기억만 어렴풋이 날 뿐이지 감정 자체가 그때와 똑같아 지진 않는다. 그냥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생각만 하지 감정을 기억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멀어진 것도 많고 놓아 버린 것도 많고 다시 되돌리고 싶은 것도 수없이 많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년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지금도 아무 것도 아닌 걸 보면 죽기 전에야 생기는 회한 같은 것도 든다. 어우, 이거 진짜 서글픈건데.

 

별 생각이 다 드는거 보니 가을은 가을이구나.